2010年1月23日土曜日

彼女と彼女の猫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Their Standing Points






그녀는 내 머리에 손을 얹고, "갔다 올께." 라고 애기하고는,
등을 곧게 펴고 기분 좋은 바람 소리를 내며,  무거운 철제문을 연다.
비에 젖은 아침 풀향기가 잠시동안 남는다.



.                    .                    .                    .




잘못한 것은 그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만은 언제나 보고 있다.
그녀는 언제나 누구보다도 착하고,
누구보다도 예쁘고,
누구보다도 현명하게 살아간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누군가, 누군가... 누군가 도와줘..."


.                    .                    .                    .




눈의 냄새를 몸에 걸친 그녀와 그녀의 가늘고 차가운 손가락과
먼 극장의 검은 구름이 흘러가는 소리와 그녀의 마음과 내 기분과 우리들의 방.
눈은 모든 소리를 빨아들이지만, 그녀가 탄 전차의 소리만은, 쫑긋 세운 내 귀에 들려온다.


.                    .                    .                    .


나도, 그리고 아마도 그녀도...
이 세계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 신카이 마코토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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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로 와야해.

                                       꼭 와야만 해.

                                    꼭 꼭 와야만 해.



2010年1月10日日曜日

Photo By L











무라카미 하루키 1Q84 中













" 좋아한 사람은 딱 한 사람 있어." 아오마메는 말했다.
"열 살때, 어떤 남자애를 좋아해서 손을 잡았어."
"열 살 때 남자애를 좋아했다. 그냥 그것뿐이야?"
"그것뿐이야"

  아유미는 나이프와 포크를 손에 들고 깊은 생각에 잠겨 참새우를 잘게 나누었다.
"그래서, 그 남자애는 지금 어디서 뭐 하고 있어?" 아오마메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지. 지바 이치카와에서 초등학교 3, 4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나는 5학년 때
도쿄의 초등학교로 전학했고 그뒤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어. 이야기도 안 해봤어.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고는 살아 있으면 지금 스물아홉살이라는 것뿐이야.
아마 올가을에 서른 살이 될 거야."
"그럼 지금 그 사람이 어디서 뭐 하고 사는지, 아오마메 씨는 알아보지도 않았다는
거야? 알아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텐데."

  아오마메는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나서서 알아볼 마음은 없어."
"특이하기는. 나라면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어디 있는지 알아냈을 텐데.
그렇게 좋아한다면 찾아내서 당신을 좋아한다고 얼굴 보고 고백하면 되잖아."
"그러고 싶지 않아." 아오마메는 말했다. "내가 바라는 건 어느 날 어딘가에서
우연히 만나는 거야. 이를테면 길에서 마주친다든가, 같은 버스에 탄다든가."

"운명적인 해후?"

"뭐 말하자면." 아오마메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그때는 그에게 분명하게
털어놓을 거야. 내가 이번 인생에서 사랑한 사람은 단 한 사람, 당신밖에 없다고."
"그거 물론 무척 로맨틱하긴 한데 말이야" 아유미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말했다.
"우연히 만날 확률은 상당히 낮은 거 같은데. 게다가 벌써 이십 년 동안 못 만났으면
그 사람도 얼굴이변했을 거야. 길에서 마주쳐도 알아보기나 하겠어?"

아오마메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얼굴이 변했어도 한번 보면 나는 알아. 못 알아볼 리가 없어."

"그런가?"
"그래."
"그리고 아오마메 씨는, 그 운명적인 해후를 믿고 내내 기다린다?"
"그래서 길을 걸을 때도 항상 주의해."

·     ·     ·


"그런데 아오마메 씨는 두렵지 않아?"
"이를테면 어떤 것이?"
"어쩌면 그 사람을 영원히 못 만날지도 모르잖아. 물론 우연히 재회할 수도 있지.
나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진심으로 그랬으면 좋겠어. 하지만 현실적으
로는 끝까지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잖아? 게다가 만일 만났다 해도 그 사람
은 이미 결혼했을 수도 있고. 아이가 둘쯤 딸려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잖아? 만일
그렇게 되면 아오마메 씨는 그뒤의 인생을 내내 외톨이로 살아가야 해. 이 세상
에서 단 한 사람, 자기가 좋아한 사람과 맺어지지도 못 한채. 그런 생각을 하면 두
렵지 않아?"

아오마메는 잔 속의 붉은 와인을 바라보았다.

"두려울 수도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설령 그 사람이 아오마메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
에는 구원이 있어. 그 사람과 함께하지 못한다 해도."

100퍼센트 여자아이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아이와 엇갈린다. 솔직히 말해 그다지 예쁜 여자아이는 아니다. 눈에 띄는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멋진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 뒤쪽에는 나쁜 잠버릇이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고 나이도 적지 않다. 벌써 서른 살에 가까울 테니까. 엄밀히 말하면 여자아이라고 할 수도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50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 그녀를 알아볼 정도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모습을 목격하는 순간부터 내 가슴은 땅울림처럼 떨리고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 말라 버린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좋아하는 여자아이 타입이라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령 발목이 가느다란 여자아이가 좋다든지 역시 눈이 큰 여자아이라든지 손가락이 절대적으로 예쁜 여자아이라든지 잘은 모르겠지만 천천히 식사하는 여자아이에게 끌린다든지 와 같은 식의.. 나에게도 물론 그런 기호는 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가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아이의 코 모양에 반해 넋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유형화하는 일은 아무도 할 수가 없다. 그녀의 코가 어떻게 생겼었나 하는 따위는 전혀 떠올릴 수가 없다. 아니 코가 있었는지 어땠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할 수 없다. 내가 지금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그다지 미인이 아니었다는 사실뿐이다. 왠지 조금 이상하기도 하다.



"어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와 길에서 엇갈렸단 말이야" 하고 나는 누군가에게 말한다.



"흠, 미인이었어?"라고 그가 묻는다.



"아니야, 그렇진 않아."



"그럼 좋아하는 타입이었겠군."

"글쎄 생각나지 않아.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가슴이 큰지 작은지 전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겠다고."



"이상한 일이군."



"이상한 일이야."



"그래서, 무슨 짓을 했나? 말을 건다든가 뒤를 밟는다든가 말이야."



"하긴 뭘 해. 그저 엇갈렸을 뿐이야."



그녀는 동에서 서로 나는 서에서 동으로 걷고 있었다.
제법 기분이 좋은 4월의 아침이다. 비록 30분이라도 좋으니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녀의 신상 이야기를 듣고도 싶고 나의 신상 이야기를 털어놓고도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981년 4월 어느 해맑은 아침에 우리가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엇갈리기에 이른 운명의 경위 같은 것을 밝혀보고 싶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난 후 어딘가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우디 알렌의 영화라도 보며 호텔 바에 들러 칵테일이나 뭔가를 마신다. 잘만 하면 그 뒤에 그녀와 자게 될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나와 그녀 사이의 거리는 벌서 15미터가량으로 좁혀졌다.



자, 도대체 어떤 식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면 좋을까?

"안녕하세요. 단 30분만 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습니까?" 이건 너무나 바보스럽다. 마치 보험 권유 같지 않을까. "미안합니다. 이 근처에 혹시 24시간 영업 세탁소가 없는지요?"

이 역시 같은 정도로 바보스럽다. 무엇보다도 내 손에 세탁물 주머니조차 없지 않은가. 누가 그런 대사를 신용하겠는가? 어쩌면 솔직하게 말을 꺼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나에게 100퍼센트의 여자 아이란 말입니다."

아니 틀렸어. 그녀는 아마도 이런 대사를 믿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믿어준다 해도 그녀는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당신에게 있어 내가 100퍼센트의 여자라 하더라도 나에게 있어 당신은 100퍼센트의 남자는 아닌걸요.. 죄송하지만"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사태가 그렇게 되면 나는 틀림없이 혼란에 빠질 것이다.

나는 그 쇼크에서 두 번 다시 회복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 나이 벌써 서른두 살. 결국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런 것이 아닐까.

꽃 가게 앞에서 나는 그녀와 엇갈리게 된다. 따스하고 조그마한 공기덩어리가 피부에 와닿는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 위에는 물이 뿌려져 있고 언저리에서는 장미꽃향기가 풍기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 수도 없다. 흰 스웨터를 입은 그녀는 아직 우표를 붙이지 않은 흰 사각봉투를 오른손에 들고 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 것이다. 그녀의 눈이 졸린 듯한 것으로 봐서 어쩌면 하룻밤 동안 그것을 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각봉투 속에는 그녀에 관한 비밀이 전부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몇 걸음인가 걷고 나서 뒤돌아보았을 때 그녀의 모습은 이미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고 없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 그녀를 향해 어떻게 말을 걸었어야 했는가를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떻든 간에 너무나도 긴 대사이므로 틀림없이 제대로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실용적이지 못하다. 아무튼 그 대사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어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습까'로 끝난다.


옛날 옛적에 어느 곳에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소년은 열여덟 살이었고 소녀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다지 잘생긴 소년도 아니었고 그다지 예쁜 소녀도 아니었다. 어디에나 있는 외롭고 평범한 소년과 소녀였다. 하지만 그들은 틀림없이 이 세상 어딘가에 100퍼센트 자신과 똑같은 소녀와 소년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게 그들은 "기적"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기적은 확실히 일어났다. 어느 날 두 사람은 거리 모퉁이에서 딱 마주치게 된다.


"놀라워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이야.



네가 믿지 않을는지 모르지만 넌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 아이란 말이야" 하고 소년은 소녀에게 말한다. "너야말로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야. 모든 것이 모두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야. 꼭 꿈만 같아." 두 사람은 공원 벤치에 앉아서 서로의 손을 잡고 언제까지나 실컷 얘기를 나눈다. 두 사람은 이미 고독하지 않다. 그들은 각기 100퍼센트의 상대자를 원하며 자신은 그 상대자의 100퍼센트가 되고 있다. 100퍼센트의 상대자를 원하며 상대자의 100퍼센트가 된다는 것은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것은 이미 우주적인 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마음속을 얼마 안 되는 극히 얼마 안 되는 의구심이 파고든다. 이처럼 간단하게 꿈이 실현되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하는... 대화가 문득 끊어졌을 때 소년이 말한다.


"이봐 다시 한 번만 시도해 보자. 가령 우리 두 사람이 진정한 100퍼센트의 연인이라고 하면 반드시 언제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이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도 역시 서로가 서로의 100퍼센트라면, 그때 바로 결혼하자고. 알겠니?"



"응 알았어. "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서쪽과 동쪽으로.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시도해 볼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그런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진정 100퍼센트의 완벽한 연인이었으니까. 그것은 기적적인 사건이었으니까. 하지만 두 사람은 너무나 어려서 그런 것은 이해할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정석처럼 비정한 운명의 파도가 두 사람을 마구 농락하기에 이른다.


어느 해 겨울



두 사람은 그해에 유행한 악성 인플루엔자에 걸려 몇 주일이나 사경을 헤맨 끝에 옛날 기억들을 몽땅 잃고 말았던 것이다. 어찌 된 일일까, 그들이 깨어났을 때 그들의 머릿속은 마치 D.H. 로렌스의 소년 시절 저금통처럼 완전히 텅 비어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참을성 있는 소년과 소녀였기 때문에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다시금 새로운 지식과 감정을 터득하여 훌륭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다.



아아 하느님 그들은 진정 확고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정확하게 지하철을 갈아타거나 우체국에서 속달을 부치거나 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완벽하지는 못해도 75퍼센트의 연애랑, 85퍼센트의 연애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소년은 서른두 살이 되었고, 소녀는 서른 살이 되었다. 시간은 놀라운 속도로 지나갔다.


그리고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소년은 모닝커피를 마시기 위해 하라주쿠의 뒤안길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고 소녀는 속달용 우표를 사기 위해 똑같은 길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한다. 두 사람은 길 한복판에서 엇갈린다. 잃어버린 기억의 희미한 빛이 두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 비춘다. 그들의 가슴은 떨린다. 그리고 그들은 안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 아이란 말이다.''그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야.'



그러나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의 빛은 너무 연약하고 그들의 언어는 이제 14년 전만큼 맑지 않다. 두 사람은 그냥 말없이 엇갈려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고 만다. 영원히.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습니까?


그렇다. 나는 그녀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꺼내 보았어야 했던 것이다.


-written by 무라카미 하루키

This Bird Has Flown








Cover by -
Priscilla Ahn - Norwegian Wood


NORWEGIAN WOOD written by John Lenon

I once had a girl, or should I say she once had me.
She showed me her room, isn't it good?

Norwegian Wood.

She asked me to stay and she told me to sit anywhere,
so I looked around and I noticed there was't a chair.
I sat on a rug biding my time,drinking her wine.
We talked until two,and then she said,"It's time for bed."
She told me she worked in the morning and started to laugh,
I told her I didn't and crawled off to sleep in the bath.

And when I awoke I was alone,this bird bas flown.

so I lit a fire,isn't it good?

Norwegian Wood.



노르웨이의 숲 ㅡ 
존 레논 작사/비틀스 노래



예전에 난 한 여자와 사귀고 있었어요.
아니 그녀가 날 사귀고 있었다고 할까요.
그녀는 나를 자기 방으로 안내했지요.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시겠어요?

노르웨이의 숲에서.

그녀는 나에게 편히 쉬어 가라고 하며, 어디든 편히 앉으라고 권했어요.
그래서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의자 하나 없는 곳이라서,
그냥 양탄자 위에 주저앉아, 와인을 홀짝이며 즐거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우리 두 사람은 꼭두 새벽 두 시까지 이야기꽃을 피웠지요.
그런데 이윽고 그녀는 "이젠 잠잘 시간이에요"라고 하며,
아침이면 일을 하러 가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리곤 깔깔대며 웃었지요.
나는 일하러 갈 데 없는 한가한 몸이라고 말했지만,
별수없이 목욕탕으로 기어 들어가 잠들고 말았어요.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난 혼자임을 알았어요.

그 아름다운 새는 날아가 버리고,

난 썰렁한 방 안에서 홀로 벽난로에 불을 지폈지요. 그래도 좋지 않아요?

노르웨이의 숲에서.





  레코드판이 다 돌아가자, 레이코 씨는 침대 밑에서 기타를 들고
나와 조율을 하고선, 천천히 바흐의 푸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가끔 손놀림이 막히는 곳은 있었지만 정성이 깃들인, 흐트러짐이 없는
바흐 곡이었다.
  따스하고 친밀하고, 거기엔 연주하는 기쁨 같은 것이 충만해 있었다.
"기타는 여기 와서 시작했어. 여긴 방에 피아노가 없으니까. 혼자 배우
는데다,  손가락이 기타치는 데 적합하지 않아서 좀처럼 숙달이 안 돼.
그렇지만, 난 기타가 좋아. 조그맣고, 간결하고, 부드럽고, 이를테면 작
고 따스한 방 같아."
  그녀는 바흐의 소품(小品)을 한곡 더 연주했다. 모음곡 중의 한곡이었
다. 촛불을 바라보면서 포도주를 마시고, 레이코 씨가 연주하는 바흐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어느새 마음이 평온해졌다.
  바흐가 끝나자 나오코가 레이코 씨에게, 비틀스의 것을 연주해 달라고
청했다.
"신청곡 시간"이라고 레이코 씨가 한쪽 눈을 가늘게 뜨며 나에게 말했다.
"나오코가 온 후로는 날마다 비틀스의 노래만 쳐달라고 성화거든. 마치
가엾은 음악의 노예처럼."
  그녀는 그러면서도 미셸을 매우 능숙하게 연주했다.
"좋은 곡이야. 나, 이곡이 좋아" 하고 레이코 씨는 포도주를 한모금 마신
후, 담배 연기를 내뿜으로 말했다. "넓은 초원에 부드럽게 비가 내리는
것 같은 곡이야."
  그러고서 그녀는 노웨어 맨과 줄리아를 쳤다. 이따금 기타를 치면
서 그녀는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또 포도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

"노르웨이의 숲을 부탁해" 하고 나오코가 말했다.

레이코 씨가 부엌에서, 고양이 모양의 저금통을 들고 오자, 나오코가 지갑
에서 백 엔짜리 동전을 꺼내어 거기에 넣었다.
"뭐죠? 그건?" 하고 내가 물었다.
"내가 <노르웨이의 숲을 신청할 땐 여기에 1백 엔씩 넣게 되어있어. 이 곡
을 제일 좋아하니까, 특별히 그렇게 정했어. 정성을 담아 신청하는 거야."
"그러면 그 돈이 내 담배값이 되는 거지" 하고 레이코 씨는 덧붙이고 나서
손가락을 주물러 풀고는 노르웨이의 숲을 연주했다.
  그녀가 치는 곡엔 정성이 깃들여 있었지만,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감정에
흐르는 적은 없었다.  나도 주머니에서 백 엔짜리 동전을 꺼내어 그 저금통
에 넣었다.
"고마워" 하고 레이코 씨는 방긋이 웃었다.
"이 곡을 들으면 난 가끔 무척 슬퍼질 때가 있어. 왜 그런지 모르지만 내가
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은 감정이 들곤 해" 하고 나오코가 말했다.
"외롭고 춥고, 그리고 어둡고, 아무도 구해 주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내가
신청하지 않으면 레이코 언니는 이 곡을 연주하지 않아."
"카사블랑카 같은 이야기지?" 하고 레이코 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