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보고 싶었어." 덴고는 아오마메에게 말한다. 그 목소리
는 아득하고 불안하다. 하지만 틀림없이 덴고의 목소리다.
"나도 네가 보고 싶었어." 소녀가 말한다. 그것은 아다치 구미
의 목소리와도 닮았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보이지 않는다. 경
계를 눈으로 확인하려 하면 그릇이 비스듬히 기울어 뇌수가 쿨
렁 흔들린다.
덴고는 말한다. "나는 좀더 일찍 너를 찾아나서야 했어. 그런
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아. 너는 나를 찾아낼 수 있어." 소녀는
말한다.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지?"
대답은 없다.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너를 찾아낼 수 있어." 덴고는 말한다.
소녀는 말한다. "왜냐면 나도 널 찾아냈으니까."
"너는 나를 찾아냈어?"
"나를 찾아." 소녀는 말한다. "아직 시간이 있는 동안에."
하얀 커튼이 미처 도망치지 못한 망령처럼 소리도 없이 펄럭
흔들린다. 그것이 덴고가 마지막으로 본 것이었다.
덴고는 그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고엔지 거리를 걸었다. 해가
저물고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마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걸으면서 생각한다. 그리고 책상을 마주하고 그 생각에 형
태를 부여한다. 그것이 습관이 되어 있다. 그래서 그는 자주 걸
었다. 비가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렇게 걷
다보니 '무기아타마' 앞이었다. 딱히 할 일도 없어서 덴고는 그
가게에 들어가 칼스버거 생맥주를 주문했다. 그는 일단 생각을 멈추고 머리를
텅 비운 채, 시간을 들여 맥주를 마셨다.
하지만 오랫동안 머리를 비워두는 사치는 덴고에게는 주어져
있지 않다. 자연계에 진공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는 후카에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후카에리는 짦게 토막낸
꿈처럼, 그의 의식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 사람, 바로 가까이에 있을지도. 여기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
그것이 후카에리가 했던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찾아 동
네 거리로 나섰었다. 그리고 이 가게에 들어왔었다. 그밖에 후카
에리가 어떤 말을 했던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당신이 찾아내지 못해도 그 사람이 당신을
찾아내요.
덴고가 아오마메를 찾고 있듯이, 아오마메 또한 덴고를 찾고
있다. 덴고는 그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아
오마메를 찾고 있다는 데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오마메
도 똑같이 자신을 찾고 있을지 모른다는 건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지각하고 당신은 받아들여요.
그것도 그때 후카에리가 했던 말이다. 그녀가 지각하고 덴고
는 받아들인다. 다만 후카에리는 자신이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생
각할 때만 자신이 지각한 것을 밖으로 내놓는다. 그녀가 일정한
원칙이나 정리定理에 따라 그렇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변
덕인지, 덴고는 판단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