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라는 건 왠지 이상한 것이다. 실제로 내가 그 초원 속에 있었을
떄, 나는 그런 풍경에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특별히 인상적인 풍
경이라 할 것도 없었고, 십팔 년이 지나고도 그 풍경을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떄 나로선 풍
경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던 것이다. 나는 나 나신을 생각했고, 그때 내 곁
에서 나란히 걷고 있던 아름다운 한 여자를 생각했고, 나와 그녀를 생각
했고 그리고 다시 나 자신을 생각했다. 그때는 무엇을 보든, 무엇을 느끼
든, 무엇을 생각하든, 결국 모든 것이 부메랑처럼 자기 자신의 손으로
되돌아오는 나이였던 것이다. 게다가 나는 사랑을 하고 있었고, 그 사랑은
무척이나 까다로운 장소로 나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주변 풍경에 신경을
쓸 여유 같은 것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의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그 초원의 풍경이다.
풀 냄새, 약간 한기를 머금은 바람, 산의 능선, 개 짖는 소리, 그런 것들이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른다. 너무나 선명하게. 그것들은 너무나도 선명해서
손을 뻗으면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만질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
다. 그러나 그 풍경 속에서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없다.
나오코도 없고 나도 없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나
는 생각한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토록 소중해 보였던
것, 그녀와 그때의 나와 나의 세계는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그래,
나로선 나오코의 얼굴을 바로 떠올릴 수조차 없는 것이다. 내가 지니고
있는 건사람 그림자 하나 없는 배경뿐인 것이다.